왜 그 사람이 나는 불편할까? 특정한 사람이 불편한 이유
여러분의 주변에 가족, 동료, 직원, 지인 중에서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있나요?
1. 피해자 유형 – 늘 만나면 하소연만 해서 지치게 하는 사람. 어떤 조언을 해주어도 그다지 듣지 않고, 실패를 반복하거나, 세상에 대한 불만만 쏟아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2. 박해자 유형 – 항상 누군가를 깎아내리고 공격하는 사람. 뒷담화와 가스라이팅이 곳곳에 배어 있고, 악플을 달며, 상대의 장점보다는 결점을 찾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3. 구원자 유형 – 도움을 주긴 하는데 그 도움을 주고받음이 불편한 사람. 일을 더 키우거나, ‘나를 도와주는 느낌’보다는 자기가 ‘도와주는 행위를 한다’에 집중하는 거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면, 편안함과 즐거움보다는 부정적인 감정이 전염되고, 불만이 쌓이고, 불편한 마음이 들지 않나요?
만약 여러분이 이런 경험을 해 보았다면(이런 경험을 상대에 주고 있다면), 이들은(나는) 도대체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요? 오늘은 이런 모습을 늘 한결같이 보이는 사람들의 심리를 알아보겠습니다.
인정받고 싶은 사람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것은 인정받고 싶다, 존재감을 갖고 싶다는 욕구에서 비롯합니다.
우리는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설에 따라 인간의 중요한 욕구를 구분하는 경우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욕구는 ‘인정 욕구’입니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현재 주요 욕구가 아닐까?
물론 아랫단계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생리적 욕구나 안전의 욕구는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경우 충족되기 때문에 논외로 하겠습니다. (매일 식량이 없어 굶는다거나, 동물의 습격으로 위협받는 경우는 별로 없으니) 이제 우리에게 남은 주요 욕구는 애정과 공감이며, 그 안에는 ‘타인에게 존재를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우리들이 이 인정 욕구가 매우 크다는 건 우리가 누군가나 집단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무시당하면 큰 상처를 입는다는 데에서 알 수가 있습니다. 친구가 내 말을 듣지 않거나, 부모님이 나를 챙겨주지 않았을 때, 내가 열심히 준비한 자료가 하찮게 대해질 때, 우리는 큰 슬픔과 좌절 분노를 느끼곤 하지요.
우리나라에선 반말했다고 살인사건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이는 나의 존재를 무시한다는 느낌이 강렬한 좌절을 일으키고 그것이 분노로 치환되어 일어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인정 욕구의 특성
이러한 인정 욕구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그것은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으며, 언어적이거나 비언어적일 수도 있습니다. 즉, 나를 바라보는 애정 어린 눈빛에서 인정 욕구를 충족할 수 있고, 상대가 내 말을 끊으면서 자기 얘기만 하는 것을 통해 인정 욕구가 박탈당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일정 정도의 인정 욕구를 충족해야 하고, 이에는 충분한 강도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몇 초만 ‘너는 멋져’ 하고 인정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상당한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사람마다 그 시간과 크기는 다를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 인정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이런저런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인정 욕구는 애정 어린 인정 자극 혹은 부정적 인정 자극으로 충족될 수 있습니다. 전자는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관심을 충분히 받는 것이고, 후자는 피해자가 되거나, 박해자가 되거나, 구원자가 되는 등의 행위를 통해 인정 욕구를 충족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나란 사람이 상대방에게 인정받는다, 존재감이 느껴지는 것이 중요하며 그 때문에 둘 중에 하나의 방식을 선택합니다.
긍정적인 인정 자극과 부정적인 인정자극이 있다
부정적인 자극으로 인정 욕구를 채우는 사람들
앞서 말한 세 모습은 부정적인 인정 자극을 통해 인정(관심)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 피해자는 자신이 불쌍하고 부족하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좀 봐달라는 태도로 상대방의 관심을 이끌어 내고
- 박해자는 상대방을 박해하면서 자신의 권능을 확인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인지하게 되고
- 구원자는 누군가를 도우면서 상대에게 선하고 필요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얻고 싶어서 행동하게 됩니다.
이들은 인정 욕구가 늘 부족하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채우는 것에는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이런 부정적인 행동을 통해서라도 인정 자극을 채우기를 원합니다. 누군가 지속적으로 악플을 달고, 누군가를 괴롭히고, 불쌍한 척을 하는 것은 ‘관심’을 받고 싶은 것이고, ‘나 자신의 존재’를 꼭 인정받고 싶은 것입니다.
그래서 한 편으로는 그들을 측은하게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 스스로 인정해주지 못하고, 긍정적으로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없으며, 늘 결핍에 시달리고 있으니까요.
왜 불편하게 만드는가?
그렇다면 왜 이들은 긍정적인 인정의 방식이 아니라, 부정적인 인정의 방식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자 할까요? 이는 과거의 양육태도로 인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양육되면서 긍정적이고 애정 어린 인정을 받기보다는, 억지로 노력해야, 폭력적인 형태의 부정적인 방식으로 인정을 받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부정적인 자극에 만족하는 법을 배운 것입니다.
일례로 자신의 의견이 쉽게 반영이 되지 않는 집안에서 자란 아이는 늘 떼를 쓰고, 화를 내고, 짜증을 내야만 그 말을 부모님이 들어주셨을 것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나이가 들어서도, 솔직하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야기해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보다는 떼를 쓰고,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인정받고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방식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이 자신이 알고 있고 인정받는 유일한 길이었으니까요.
또한 사람들은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냈을 경우, 거절이라는 무서운 결과를 마주해야 합니다. 자신을 존중하지 못하거나, 자존감이 낮은 경우엔 이 거절로 인해 발생하는 실망과 슬픔을 마주하고 해소할 능력이 부족하기에 거절에 대한 불안이 큽니다. 그래서 거절당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자신의 속내를 숨기고, 상대방에게 확실하게 관심을 끌 수 있는 피해자 코스프레, 악플러, 도우미가 되는 것입니다.
원하는 걸 얘기하기보단 싸움을 건다.
더 나아가서, 내가 내밀하게 살갑게 누군가와 마음을 주고받는 것에 대해 위협을 느끼는 부류도 있습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양육태도와 연결되는데, 내가 믿고 깊은 마음을 준 사람이 상처를 주거나, 신뢰를 저버렸을 때 아이는 이러한 관계를 맺는 것 자체를 무서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 욕구인 인정 욕구는 남아 있기에 결과적으로 의미 없는 불편한 행동을 하면서 관심을 얻어내는 것이지요.
출처 참고: 크리스텔 프티콜랭 저/이세진 역, 나는 왜 네가 힘들까
다음 편에는 왜 우리 혹은 상대가 피해자, 가해자, 구원자가 되는지를 알아보고, 그들이 보이는 구체적인 대화 양상과 그들의 행동 동기를 조금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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