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도 못 채우고 회사 때려치고 자존감 전문가가 된 이야기
그날은 2015년 초 어느 날 저녁이었습니다.
저는 작은 디자인 회사의 초년차 평범한 직장인이었고,
야근 식대가 야근 보상의 전부였지만
어쩔 수 없이 회사에 붙잡혀
저녁 10시가 넘는 시간까지 일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습니다. 그 날은 연속 야근 3일 째였죠.
퇴근 길에 당시 만나던 여자친구에게 평소처럼 전화가 왔습니다.
그녀는 제가 퇴근하면 퇴근 길 내내 저와 전화하기를 원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녀와 만나던 어느 날 그녀에게 퇴근 시간에
길게하는 전화가 팔이 아파 힘들다고 이야기 했을 때
그녀는 ‘그러면 이어폰을 사줄까?’라는 말로 답했던 사람이었죠.
저는 야근으로 지친 상태였지만
그녀가 통화를 원했기에 그녀와의 긴 통화를 억지로 해야만 했습니다.
그날 그녀는 맘에 안 드는 회사 동료에 대한 뒷담화를
한동안 털어놓았습니다.
저는 야근 때문에 힘들었지만
그녀의 부정적이기만한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 지루한 이야기가 끝나고 저도 저의
힘든 하루에 대해서 공감 받고 싶어
제 이야기를 하려는 순간
그녀는 갑자기 피곤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 너무 피곤해 잘래~”
저는 당시 그 말을 듣고 잠시동안 벙쪘던 기억이 납니다.
그녀는 저를 소중한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던 것이죠.
그렇게 저는 이 일에 화가 나서 이틀이 되는 날까지
그녀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고
이틀 째 저녁 저는 또 힘든 야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녀에게 전화가 왔고
그녀의 첫마디는 제 예상과는 달리 다음과 같았습니다.
“너 나한테 뭐 잘못한 거 없어?”
(그녀는 한 살 연상)
아마도 그녀는 제가 연락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는 것 같았습니다.(자기도 안 했지만)
그녀는 제가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는 하나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죠.
그 표현을 듣고선 지금까지 그녀와 연애하면서
존중받지 못한 것에 대한 참을성이 한계에 다다랐고
결국 통화중에 그녀에게 헤어짐을 고했습니다.
그때의 저는 이 문제 말고도 회사생활에서도
멘탈이계속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초반 인턴기간에는 상사에게 인정도 받고
칭찬도 받는 사원이었지만
점점 회사가 요구하는 역량을 발휘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작은 회사라는 환경이 영향을 미쳤던 것 같지만
(20년차 상사, 나, 나보다 늦게 들어온 선임이 팀이 되어 4개의 프로젝트 동시에 진행)
어쨌든 저는 그 회사에서 일을 잘 못했고, 늘 실수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늘 상사에게 혼나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오죽하면 모니터 옆에 붙여 놓은 포스트잇에는
‘제발 정신차려!‘ ‘제발 이 일을 왜 하는지 알자!’ 등이 쓰여 있기도 했죠.
당시를 떠올려 보면 늘 자괴감과 우울함의 반복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당시 돈 보다 제가 배운 것을 활용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자 했으나
이 회사에서는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노력을 해도 늘 제자리일 뿐이었지요.
회사 생활에서의 무력감과, 존중받지 못한 연애가 이어지면서
제 멘탈은 점점 무너져 내려갔고
결국 저는 회사 생활 1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실업 급여도 신청할 생각을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회사를 그만 두고
저를 존중해주지 않았던 사람과 헤어지고 나니
저의 멘탈은 크게 좋아졌습니다.
(그때 자존감에 있어 상황의 중요성을 배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나는 심리학을 전공했는데
심리적으로 힘들 때 아무것도 할 수 없지?”
라고 말이죠.
선후배들에게도 힘들 때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니
그냥 술 먹고, 게임한다는 등의 크게 영양가 없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그때 제 전공에 대한 허무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퇴사 후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기 전 남는 기간에 저는
별 생각 없이 회사에서 활용했었던 인터뷰 기술을
활용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시작해 보았습니다.
당시 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분석해서
마인드맵으로 제공하면 좋아하지 않을까?’
라는 단순한 생각이 있었거든요.
(당시에 전 이 상담을 2시간에 3만원 받고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여러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제가 처음에 기대했던 사람들이
저에게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너무 다양한 특성이 있어서
정리가 힘든 사람’이 올 줄 알았거든요.
정작 저에게 찾아 온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자기 자신을 잘 모르겠다’는 말을 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대화의 끝엔 항상
‘저는 자존감이 낮은 것 같아요’ 라고 말하곤 했죠.
(이때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자존감’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앞서 회사를 다니는 동안 멘탈이 나갔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저 역시 자존감이 극도로 낮아져서
퇴사하고, 연애를 끝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열게 된 심리학 워크샵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존감의 문제를 겪고 있으며
자존감이 직장, 관계, 연애, 목표 달성 등 거의 모든 심리/멘탈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사실들을 알게 될 수록 점점 더 자존감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할 수 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당시의 저는 심리학 전공을 했지만
아쉽게도 자존감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었습니다.
이 개념에 대해서 대학에서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죠.
당시 저는 ‘우리나라 최고 대학에서 심리학을 배운사람도
이 개념에 대해서 잘 모른다면 다른 사람들도 잘 모르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험들과 생각 후에 저는 자존감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서점에는 ‘자존감 수업’이라는 베스트셀러가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자존감을 높이는 것과 관련된 부분은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대신 세계적으로 유명한 임상심리학자들의 책과 연구들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세계적인 임상심리학자 가이 윈치의 ‘정서적 응급처치’를시작으로
독일의 저명한 임상심리학자 슈테파니 슈탈
자존감 이론의 토대를 만든 너새니얼 브랜든의 지식들을 공부하면서
자존감에 대한 개념을 세워 나가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마셜 로젠버그의 비폭력 대화 개념을 끌어와
자존감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과정을 연결시켰고
인지행동치료의 지식들도 결합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꽤 오랫동안 자존감에 대해 공부와 분석을 하면서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자존감 관련 컨텐츠를 만들었고
이 지식을 바탕으로 10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나
실제 변화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제 나름대로의 자존감 이론을 세운 것은 물론
자존감 향상을 위한 독자적인 과정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스스로에게도 이 지식들을 적용해
건강한 자존감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저는 자존감을 높여서 어떤 대단한 성공을 이루고 돈을 많이 벌었을까요?
아니요! 대신, 저는 제가 하고 싶으면서도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수백여명 앞에서 강의를 해도 떨지 않고
심리학회 발표, 생방송 출연, 책 출간도 하게 되었으며
저를 존중하고 사랑해주는 사람과 결혼도 하게 되었습니다.
즉, 저는 저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고 스스로를
신뢰하며 눈치 보거나 주눅들지 않고 불안에
적절히 대응하며 저를 존중해주는 사람을 만나
저만의 방식으로 삶을 사는 중입니다.
사실 여러분들도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대단한 부자가 된다거나 엄청난 성공이 아니라
스스로를 믿고 자신감 있게
그리고 마음이 편안하게 사는 것이 아니었나요?
만약 이 질문에 “네 맞아요!” 라고 답하셨다면
이제 자존감의 중요성을 깨닫고
저를 따라 자존감을 높이는 과정에 집중하기를 바랍니다!